느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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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에 대하여

밀소남 2022. 7. 19. 15:13

느림에 대하여

우리는 흔히 느림의 미덕이라는 말을 하곤 했다,. 하루가 지나면 강산이 변하고 또한 급변하는 사회에서 느림으로 잠시 가져볼 수 있는 여유는 아름다움이 되어버린 것이다. 사실 이 바쁜 세상에서 느림의 멋을 보여주는 사람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멋을 추구하지만 현실은 따라주지 못한다. 바쁜 출근시간에 커피 한잔을 마시며 느림을 즐기려는 직장인이 있다면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지각과 함께 상사의 질책이 아닐까. 나도 살아오면서 셀 수 없을 정도로 지각을 했지만 구차한 변명 한 마디 해본다면 느림의 멋을 즐겨서가 아닐까.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느림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부러움의 대상이 될 따름이다.

물론 느림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 않을까. 차로에서 양보를 하여 느림을 선택한 운전자와 바쁜 직장생활에서 벗어나 한가로운 여행을 즐기는 직장인은 대표적인 느림의 예일 것이다. 또한 거북이의 걸음도 느림이다. 호수의 물결도 거센 파도에 비하면 느림이 아닐까.

그렇다. 인간은 빠른 사람이 있고 느린 사람도 있다. 빨라야 할 경우도 있고, 느려야 할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자연은 언제나 느리다. 자연이 아름다운 이유 중의 하나가 되지 않을까.

유명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에서 현대사회는 제3의 물결의 시대이며 급변하는 정보화 사회라고 말했다. 그는 정보화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와 지식이며 그 정보와 지식을 얻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말했다. 같은 정보를 얻는 데에도 얼마나 빨리 얻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정보화 사회에서 느린 사람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말도 남겼다. 사실 거의 논리는 정확한 것이 아니다.

모두 바쁘게 살아가는 경제 사회에서 느림을 추구하는 여유로운 자는 뒤처질 것이다. 현대 정보화 사회에서는 빈번한 일이다. 학생, 직장인, 비즈니스맨 등 여러 사람들이 있지만 모두 앞서 나가기 위해서 빠름을 추구한다. 특히 비즈니스맨의 경우는 말 그대로 '바쁜 사람'이다. 현대 사회에서 성공 뒤에는 오직 바쁨만이 있었다.

한국의 경제적 성장에도 역시 바쁨만이 존재했다. 고속도로 건설을 그렇게 빨리 한 나라는 어디에도 없었다. 지금도 건설 기술에서 빨리 건설하는 기술만큼은 최고라고 한다. 물론 안정성 등 다른 조건을 같게 한 경우에서다. 이는 한국 건축기술의 우수성도 뜻하지만 그만큼 한국이 '빠름'에 강하다는 증거이다.

이렇게 한국의 경제성장 뒤에는 빠름이 있었지만 느림을 무시한 대가도 톡톡히 받았다. 급속한 경제성장에는 많은 부작용이 따랐다. 예를 들면 빈부격차의 발생 등이 있을 것이다. 느림에는 멋도 있지만 실제로 중요한 가치를 갖고 있다. TV 광고 중에서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문구는 이러한 뜻을 잘 나타낸 것이다

위에서 자연이 느리기 때문에 아름답다는 말을 했다. 느림은 많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앨빈 토플러는 느림에 대해서 경계의 말을 남겼고, 이는 현대 정보사회에 그대로 적용되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느림의 필요성이 강조되었고 느림의 미덕이라는 말이 남았다. 경제적 효율성에서도 느림이 중요시되고 있다. 주 5일 근무제, 아니 주 4일 근무제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느림에서 효율성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나는 느림을 추구하며 살고 싶다. 천천히 살아가는 자연의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미적인 가치가 있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느림의 경제적 효율성을 중요시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는 오히려 바른 목표 달성을 기대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옛날 선비들처럼 안빈낙도의 삶을 자주 꿈꾼다. 하지만 현실이 어디 그렇게 따라줄 수 있으랴. 바쁜 생활에서 가끔 느림을 찾을 뿐이다.